소식

활동시민과 함께하는 바이오모니터링 프로젝트에 함께 한 활동가 3인 이야기

2024-03-04
조회수 1462

2023년 이른바 ‘유해물질 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이 ‘시민과 함께 하는 바이오모니터링 프로젝트’에 참여 했습니다. 다른 참여자들과 마찬가지로 1차에는 소변과 혈액 시료를 채취해 프탈레이트를 비롯한 환경성페놀, 유기인계난연제, 농약(글라이포세이트), 산화손상지표(MDA), 과불화화합물 등 분석했습니다. 1차 결과를 바탕으로 실천방법 가이드를 전달받은 후 2차에서는 소변 시료를 채취해 분석했습니다. 고금숙 알맹상점 공동대표, 권영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 활동가, 황숙영 환경정의 활동가의 참여 후기를 듣습니다.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권영은) 안녕하세요. 반올림 활동가 권영은입니다. 2007년 고 황유미 노동자의 제보로 반올림은 삼성전자에서 발생한 직업병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을 해왔는데요. 반도체 산업이 굉장히 화학물질을 많이 사용하고, 노동자들에게는 어떤 물질이 사용되는지 어떤 위험이 있는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문제가 있어요. 최근에는 반도체 노동자를 중심으로 유산, 불임, 자녀의 건상손상 문제 등 태아산재 문제에 대응하고, 나아가 베트남 등 해외 반도체 산업에서 발생한 직업병 문제에도 관심 갖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황숙영) 환경정의 활동가 황숙영입니다. 환경정의에서 저는 유해물질 저감 활동에 주력하고 있는데요. 유해물질이라고 하면 화학물질에서 비롯된 것들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우리가 사용하는 생활화학제품도 있고, 플라스틱 등 제품에서 비롯되는 것들도 있어요. 여러 가지 노출원이 있는데요,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는지 고민하고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고금숙) 고금숙입니다. 저는 동네에서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을 운영하고,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활동가이기도 해요.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은 특히 유해화학물질로부터 취약한 어린이들을 위해 유자학교를 운영, 교사와 학생이 모두 안전한 학교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이런 활동들을 담은 글을 쓰고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더 재밌게 참여할 수 있을지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바이오모니터링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세요

권영은) 노동자들의 화학물질 사용에 관한 문제제기를 해왔던 내 몸은 어떨까 궁금하긴 했어요.

 

고금숙) 저는 처음 바이오모니터링 프로젝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내 몸 속에 어떤 유해물질이 얼마만큼 있는지 굉장히 궁금하고, 알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요. 그리고 이 검사가 굉장히 돈이 많이 드는 일이라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특권이구나 생각하고 참여하게 됐어요.

 

바이오모니터링 결과 어땠나요?

황숙영) 제가 평소에 화장을 하지만 향이 들어가는 제품이나 유해물질을 피하려고 굉장히 노력을 하거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프탈레이트 농도 수준이 높아서 깜짝 놀랐어요. 여기서 무엇을 더 줄여야 하지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48시간이면 배출된다고 하지만 그 시간동안도 무의식 중에 유해물질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것 같아요. 이게 과연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나 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게 됐어요.

 

고금숙) 저는 사실 굉장히 이노센트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오랫동안 유해물질에 노출되지 않는 생활방식을 취해왔으니까요. 그런데 일반 참여자 평균보다도 몸 속에 유해물질 농도가 높다고 나왔어요. 그럼 나는 그동안 무슨 헛짓거리를 한 거지, 삽질을 한 거지 굉장히 우울했고요. 잘못된 결과가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2차 시료 채취 때는 굉장히 조심하려고 노력했어요. 평소에도 배달음식을 먹거나 향수를 쓰거나 하지 않지만, 비누로 손을 닦을 때도 이 비누에 혹시라도 향료가 들어 있는 건 아닐까 고민하고 덜 사용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랬더니 진짜 몸 속에 유해물질 농도가 낮아졌어요. 아 내가 인지하고 조심하면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권영은 활동가는 1차 바이오모니터링 때 “가장 활동가스러운 결과”를 받았는데, 오히려 2차 분석 결과 프탈레이트 농도가 증가했습니다.

권영은) 솔직히 제가 일하는 공간이 공장도 아니고, 스스로 환기를 자주 시킨다거나 화장품을 많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농도가 낮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1차 결과에 굉장히 기쁘게 받아들였어요. 2차 시료 채취 즈음에 룸스프레이를 선물 받았는데 너무 좋은 거에요. 집에서 이런 향기가 났으면 좋겠고, 향유하고 싶다 생각하고 사용했어요. 그게 2차에서 농도가 증가한 원인이지 않았을까 생각은 해요. 만약 그게 진짜 원인이 아니라면 조금 답답하긴 한 것 같아요. 바이오모니터링에 참여하면서 생활의 작은 변화로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구나 알게 됐어요. 그 이후에는 룸스프레이를 비롯해 입욕제 등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바이오모니터링 프로젝트에 관심갖는 시민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권영은) 저는 노동안전활동을 하다보니 일상에서 우리들의 고민과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문제의식이 연결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아, 이게 크게 다르지 않구나.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일하는 동안 어떤 유해물질에 노출되는지 모르듯, 우리도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에 어떤 유해물질이 들어있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단 한가지 조금 나은 점이 있다면, 우리는 사용하지 않을 수 있잖아요. 물론 사용하지 않는 것이 정답은 아닐 거에요. 그래서 소비자들도 알권리를 요구하고 기업과 정부에 지속적으로 더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것도 시민들의 몫이지 않을까 싶어요.

 

고금숙) 저는 특히 과불화화합물의 원인이라고 생각되어온 코팅팬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었거든요. ‘미스 스댕’, ‘스댕의 달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과불화화합물도 높은 농도로 나왔어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거죠.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에 어떤 유해물질이 함유되었는지 알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어요. 어떤 사람은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제3의 흡연을 통해서도 폐암에 걸릴 수 있어요. 그만큼 우리 몸은 취약하고, 사람마다 다 달라요. 우리 모두를 지킬 수 있는 방안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아무리 건강하고 좋은 음식을 먹고 제품을 사용한다고 해도 환경이 망가지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요.

 

황숙영) 저는 반드시 모든 유해물질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때로는 향제품이 심리적 안정을 주기도 하고, 그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가 어떤 유해물질에 노출되고 있는지 알고 얼마만큼 줄일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바이오모니터링이 개인의 건강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몸 속의 유해물질 농도를 확인한 개인과 개인이 모여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나가야 할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24년에 진행하는 바이오모니터링 프로젝트를 위해서 알맹상점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분석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고금숙) 올해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바이오모니터링센터가 검증한 식단과 생활화학제품 체험하는 ‘환경호르몬 없는 가족캠프’을 진행한다고 해요. 그래서 알맹상점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을 분석하기로 했어요. 지금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굉장히 떨려요. 어쩌면 알맹상점에서 판매하는 제품에도 프탈레이트 등 유해물질이 함유되어 있을 지도 모르죠. 하지만 중요한 건 상점에서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원인을 알아내고 좀 더 안전한 제품을 찾기 위해 노력할 거에요. 좋은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만 안전해지는 게 아니라 모두가 안전해 질 수 있도록, 이런 변화는 결국은 모두의 면역 체계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