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0일 (금) 오후 3시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국제 네트워크 아이펜(IPEN),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과 함께 ‘쓰레기의 끝: 폐기물 처리 노동자의 건강 문제’를 주제로 한 포럼을 개최하였습니다. 이번 포럼은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폐기물 처리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유해물질 노출 실태를 보고하고, 이들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 인도네시아 여성 폐기물 노동자, 일반인보다 유해물질 노출 최대 3배 높아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최인자 박사는 인도네시아 그레식(Gresik) 지역의 여성 폐기물 노동자 2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바이오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 결과, 이들의 체내에서는 플라스틱 가소제인 프탈레이트(DEHP) 대사체 농도가 대조군 대비 2배 이상 높게 검출되었으며, 이는 실제 PVC 생산 공장 노동자의 농도와 유사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플라스틱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암성 물질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대사체 농도 역시 일반인보다 약 2~3배 높았으며, 불에 타지 않게 하는 난연제 성분도 유의미하게 높게 검출되었습니다. 최인자 박사는 “제한적인 시료 규모라는 한계는 있으나, 인도네시아 여성 폐기물 노동자의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체내 노출을 입증하는 과학적 데이터를 확보했다"며 "이로써 폐기물 노동자를 위한 안전 정책 수립의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보연 팀장은 인도네시아 현지 단체 '에코톤(Eco Ton)'의 활동을 통해 인도네시아 현황을 발표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약 170만 명의 비공식 폐기물 수거 노동자가 하루 2~5달러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 보호구 없이 매립지와 소각 현장에서 상시 노출되어 있습니다. 에코톤은 이들을 공식 노동자로 전환하고, 최소한의 위생 환경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한국의 재활용 선별장, ‘지하화’와 ‘영세성’ 속에 방치된 여성 노동자들
이어지는 발표에서 여성환경연대 안현진 활동가는 한국 재활용 선별장의 실태를 고발했습니다. 한국의 수선별 노동자 중 약 95%는 중장년 여성이며, 이들 중 상당수가 햇빛이 들지 않고 환기가 어려운 지하 시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 노동자의 94.8%가 근골격계 질환을 겪고 있으며, 작업 중 유리 조각이나 의료용 주사 바늘에 찔리는 사고를 전원이 경험할 정도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재활용 업체의 96%가 50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인 탓에 노동법 및 산업안전보건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보호구 지급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대한민국이 OECD 국가 중 재활용률이 2위라고 자랑하지만, 재활용 선별원이 몇명인지 통계조차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사실상 사회가 지워버린 유령 같은 여성노동자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안현진 활동가는 "폐기물 처리 노동자의 안전이 곧 기후정의 입니다"라는 말로 발제를 마무리했습니다. (폐기물처리 노동자 안전기준 강화를 위한 서명운동)
■ “쓰레기는 사회의 지문... 인권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순천향대학교 박정임 교수는 폐기물 처리 문제를 ‘권리’와 ‘인권’의 문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정임 교수는 “제조업과 달리 폐기물 현장은 유입되는 물질을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에, 노동자의 소변이나 혈액을 통해 노출 정도를 확인하는 바이오모니터링이 필수적”이라며 폐기물 처리 노동자는 특히 자신들이 사용하지 않은 화학물질의 피해를 종합적으로 받는 집단인 만큼 이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쓰레기는 우리 사회가 무엇을 먹고 버리는지 보여주는 지문과 같다”며, 이들이 사회적 ‘카나리아’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박정임 교수는 현재 국내 8개 폐기물 처리 사업장에서 180명 규모의 바이오모니터링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쓰레기 식민주의’를 넘어 국제적 연대와 정책적 변화 촉구
경향신문 오경민 기자는 인도네시아 현지 취재를 통해 선진국의 쓰레기가 자원의 이름으로 수입되어 현지 마을의 환경과 노동자 건강을 파괴하는 ‘쓰레기 식민주의’의 단면을 전했습니다. 오경민 기자는 " 싼 값에 기꺼이 쓰레기를 처리해 주는 곳으로, 자신의 노동환경 보다는 생계가 중요한 곳으로, 노동자에게 선택지가 많지 않은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며"며 "내가 버린 쓰레기가 사라지지 않고 국경 너머 어딘가로 이동해, 누군가의 건강을 위협하거나 환경을 해치고 있음을 느끼길 바랐다"고 전했습니다.
참석자들은 플라스틱 문제를 단순히 재활용률의 숫자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그 끝단에서 노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안전과 결부시켜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원 소장은 “플라스틱 문제를 기후 위기와 동등하게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며 포럼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포럼이 던진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폐기물 처리는 순환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산업이지만, 그 과정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사회의 시야에서 지워져 왔음을 인식하고, 쓰레기 문제는 단순한 환경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위험한 조건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권과 노동권이라는 인권의 문제라는 점 입니다.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위험’에 기대어 현장을 방치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바이오모니터링 등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안전 기준과 법적 규제 마련이 시급합니다. 아울러 쓰레기가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현실 속에서, 플라스틱 협약을 비롯한 국제적 논의 과정에 생산자 책임과 노동자 보호를 함께 포함시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쓰레기의 끝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이 지켜질 때, 우리가 말하는 자원 순환과 지속가능성 역시 비로소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1월 30일 (금) 오후 3시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국제 네트워크 아이펜(IPEN),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과 함께 ‘쓰레기의 끝: 폐기물 처리 노동자의 건강 문제’를 주제로 한 포럼을 개최하였습니다. 이번 포럼은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폐기물 처리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유해물질 노출 실태를 보고하고, 이들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 인도네시아 여성 폐기물 노동자, 일반인보다 유해물질 노출 최대 3배 높아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최인자 박사는 인도네시아 그레식(Gresik) 지역의 여성 폐기물 노동자 2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바이오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 결과, 이들의 체내에서는 플라스틱 가소제인 프탈레이트(DEHP) 대사체 농도가 대조군 대비 2배 이상 높게 검출되었으며, 이는 실제 PVC 생산 공장 노동자의 농도와 유사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플라스틱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암성 물질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대사체 농도 역시 일반인보다 약 2~3배 높았으며, 불에 타지 않게 하는 난연제 성분도 유의미하게 높게 검출되었습니다. 최인자 박사는 “제한적인 시료 규모라는 한계는 있으나, 인도네시아 여성 폐기물 노동자의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체내 노출을 입증하는 과학적 데이터를 확보했다"며 "이로써 폐기물 노동자를 위한 안전 정책 수립의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보연 팀장은 인도네시아 현지 단체 '에코톤(Eco Ton)'의 활동을 통해 인도네시아 현황을 발표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약 170만 명의 비공식 폐기물 수거 노동자가 하루 2~5달러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 보호구 없이 매립지와 소각 현장에서 상시 노출되어 있습니다. 에코톤은 이들을 공식 노동자로 전환하고, 최소한의 위생 환경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한국의 재활용 선별장, ‘지하화’와 ‘영세성’ 속에 방치된 여성 노동자들
이어지는 발표에서 여성환경연대 안현진 활동가는 한국 재활용 선별장의 실태를 고발했습니다. 한국의 수선별 노동자 중 약 95%는 중장년 여성이며, 이들 중 상당수가 햇빛이 들지 않고 환기가 어려운 지하 시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 노동자의 94.8%가 근골격계 질환을 겪고 있으며, 작업 중 유리 조각이나 의료용 주사 바늘에 찔리는 사고를 전원이 경험할 정도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재활용 업체의 96%가 50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인 탓에 노동법 및 산업안전보건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보호구 지급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대한민국이 OECD 국가 중 재활용률이 2위라고 자랑하지만, 재활용 선별원이 몇명인지 통계조차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사실상 사회가 지워버린 유령 같은 여성노동자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안현진 활동가는 "폐기물 처리 노동자의 안전이 곧 기후정의 입니다"라는 말로 발제를 마무리했습니다. (폐기물처리 노동자 안전기준 강화를 위한 서명운동)
■ “쓰레기는 사회의 지문... 인권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순천향대학교 박정임 교수는 폐기물 처리 문제를 ‘권리’와 ‘인권’의 문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정임 교수는 “제조업과 달리 폐기물 현장은 유입되는 물질을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에, 노동자의 소변이나 혈액을 통해 노출 정도를 확인하는 바이오모니터링이 필수적”이라며 폐기물 처리 노동자는 특히 자신들이 사용하지 않은 화학물질의 피해를 종합적으로 받는 집단인 만큼 이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쓰레기는 우리 사회가 무엇을 먹고 버리는지 보여주는 지문과 같다”며, 이들이 사회적 ‘카나리아’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박정임 교수는 현재 국내 8개 폐기물 처리 사업장에서 180명 규모의 바이오모니터링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쓰레기 식민주의’를 넘어 국제적 연대와 정책적 변화 촉구
경향신문 오경민 기자는 인도네시아 현지 취재를 통해 선진국의 쓰레기가 자원의 이름으로 수입되어 현지 마을의 환경과 노동자 건강을 파괴하는 ‘쓰레기 식민주의’의 단면을 전했습니다. 오경민 기자는 " 싼 값에 기꺼이 쓰레기를 처리해 주는 곳으로, 자신의 노동환경 보다는 생계가 중요한 곳으로, 노동자에게 선택지가 많지 않은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며"며 "내가 버린 쓰레기가 사라지지 않고 국경 너머 어딘가로 이동해, 누군가의 건강을 위협하거나 환경을 해치고 있음을 느끼길 바랐다"고 전했습니다.
참석자들은 플라스틱 문제를 단순히 재활용률의 숫자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그 끝단에서 노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안전과 결부시켜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원 소장은 “플라스틱 문제를 기후 위기와 동등하게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며 포럼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포럼이 던진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폐기물 처리는 순환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산업이지만, 그 과정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사회의 시야에서 지워져 왔음을 인식하고, 쓰레기 문제는 단순한 환경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위험한 조건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권과 노동권이라는 인권의 문제라는 점 입니다.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위험’에 기대어 현장을 방치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바이오모니터링 등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안전 기준과 법적 규제 마련이 시급합니다. 아울러 쓰레기가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현실 속에서, 플라스틱 협약을 비롯한 국제적 논의 과정에 생산자 책임과 노동자 보호를 함께 포함시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쓰레기의 끝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이 지켜질 때, 우리가 말하는 자원 순환과 지속가능성 역시 비로소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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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영상 보기 :
· 영상 1: 인도네시아 폐기물 처리 노동 현장 취재 스케치 (유혜민 감독)
· 영상 2: DUMPED: A Waste Picker’s Story (그린피스 아프리카 제작, 18분)
오경민 기자 기사 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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