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먹거리와 생활공간, 생활용품의 포괄적 유해화학물질 저감 전략을 위한 바이오모니터링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바이오모니터링은 사람의 생체시료에서 측정하고 찾아낸 화학물질의 의미를 해석하고 피해를 예측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대책을 마련하고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해요.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 낯설기만 합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바이오모니터링 프로젝트’를 이끌어 가는 연구자 김원, 최인자 박사님과 나눈 프로젝트 의미와 진행과정, 일상에서의 실천들을 소개합니다.
✏ 두 분은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서 어떤 연구를 하시나요?
김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출범 당시 연구 모델은 산업현장에서 노동자의 작업환경 오염, 그 중에서도 특히 발암물질과 같은 유해물질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노동현장의 위험성을 알리고 개선하도록 만드는 것이었어요. 이후 공장부지 경계선을 넘어 일반 환경의 오염을 측정, 분석, 평가하고 문제를 진단하는 작업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저는 주로 현장에서 환경오염을 측정하는 역할을 담당했고 최인자 박사는 분석을 주로 했고요. 지금은 연구소가 하는 일의 범위가 점점 확장되어 소비자까지 영역이 넓어졌습니다. 그분들을 대상으로 측정하고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여전히 하고 있고, 범위가 확장된 것만큼 필요한 분석 기술도 넓어지고 고도화되고 있죠.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연구 설계를 같이 하고 저는 현장에서 시료 샘플링과 같은 실행 파트를 맡고 최인자 박사는 실행에서 얻어지는 시료들을 분석하는 역할을 담당해요 그리고 같이 결과를 해석하고요.
✏ 그동안 환경이나 유해물질 관련 연구 뿐 아니라 시민들과도 직접적으로 소통을 해 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 하는 바이오모니터링 프로젝트를 시민들에게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요?
김원) 연구소가 하고자 하는 일은 유해물질을 없애는 거예요. 유해물질 노출이 가장 많은 곳은 당연히 생산자겠죠. 그런데 생산과 소비가 결정되어 있는 산업 흐름에서 생산현장에서 유해물질을 줄이자는 목소리가 잘 먹히지 않아요. 생산 단계에서 발생한 유해물질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소비자에게 까지 영향을 미치는 흐름은 명백한데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 같아요. 오랫동안 제도를 만들고 개선해 왔지만 전통 화학 시장에서는 그게 잘 작동하지 않았던 거죠.
소비자, NGO 등 다양한 주체들이 각자 역할을 하면 그 흐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게 맞는 것 같아요. 환경호르몬 문제는 소비자들이 인식하고 분노하면 없어지는 사례가 꽤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베이비 파우더와 석면’ 문제가 있었죠. 석면은 아주 오랫동안 산업 현장에서 문제가 되어 왔고 법으로 관리를 해왔지만 해결하지 못했어요. 베이비 파우더 석면 검출 사건으로 인해 석면 사용 전면금지가 법제화되었습니다. 시민이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이 유해물질을 없애는 데 가장 큰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거죠. 바이오모니터링은 그 방식 중에 하나이고요.
최인자) 화학물질이 우리 주변에 널리 퍼져있고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지만 개인에게 직접적으로 와 닿았기는 쉽지 않아요. 환경호르몬이 내 몸 안에 어느 정도 있는지 실제 수치로 확인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몸속의 유해물질을 확인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소변과 혈액이 대표적입니다. 혈액은 몸속에 남아있는 화학물질을 측정하는 것이고, 소변은 이미 몸속을 빠져나간 화학물질을 의미합니다. 특히 소변은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유해물질을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모니터링은 학술적으로만 중요한 데이터가 아니라 시민 입장에서 ‘내 몸속에 이런 유해물질이 있는데 같이 고민했더니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고, 실천을 했더니 줄었다’는 결과까지 같이 이야기해볼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어요.
✏ 이번 프로젝트는 기존의 캠페인이나 연구와 달리 ‘어린이가 있는 가족’이 참여한다고 들었습니다.
김원) 어린이는 환경호르몬의 영향에서 가장 취약한 그룹입니다. 어린이의 환경호르몬 노출 패턴을 관찰하고 관리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환경호르몬 노출 소스 패턴을 보면 주거 환경과 먹거리, 가구나 학용품 등 모든 것들 중 어린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요. 부모들이 선택한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에 개선의 초점은 가족 중심이어야 해요. 그래서 보호자가 같이 인지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죠. 개선점을 찾을 수 있으면 가족이 같이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이 가족들이 모이면 지역의 커뮤니티가 되는 거잖아요.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설계하고 있습니다.
✏ 참가자들의 혈액과 소변 채취도 하고 설문조사도 하고, 참가자들은 다이어리도 작성해야 하죠? 전체적인 참여 과정이 궁금합니다.
최인자) 먼저 일상적인 생활에서 소변과 혈액을 1차 샘플링해요. 참가자들은 2일 동안 다이어리를 작성하고요. 결과를 해석하는데 필요한 참가자의 생활 습관이나 생활환경 등 기본 정보들은 설문조사를 진행합니다. 1차 샘플링 결과와 서로 비교하면서 자료들을 분석하면 소변과 혈액에서 분석한 화학물질과 개인의 생활습관, 식습관 그리고 생활환경과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러한 인과관계를 확인하면 몸속의 화학물질을 줄일 수 있는 개선 가이드를 개발해 다시 연구 참여자들에게 제안합니다.
김원) 다이어리는 2일 동안 어떤 종류의 음식을 먹었는지 개인 위생용품은 무엇을 사용했고 중단했는지 자세히 기록하는 거예요. 템플스테이를 하면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환경호르몬 농도가 70 ~ 80% 감소해요. 이유는 모든 유해환경에서 차단되었기 때문이거든요. 모든 걸 차단했기 때문에 어디서 효과가 나타났는지를 알 수 없습니다. 음식이 바뀌어서인지, 개인 위생용품이나 화장품을 줄이거나 중단해서인지 구분할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다이어리를 작성하는 거예요.
✏ 참가자들은 1차 샘플링 분석에서 어떤 결과를 알 수 있게 되나요?
김원) 개인 위생용품이나 샴푸, 화장품에서 향이 있는 제품을 많이 사용해서 뭔가가 늘거나 줄었는지, 고기나 유제품을 많이 먹어서 다른 사람들보다 수치가 높거나 낮게 나왔는지 통계 분석으로 몇 가지를 찾아낼 수 있겠죠. 먹는 것, 혹은 사용 제품의 특성 때문에 수치가 높거나 낮게 나타났다면 그걸 기준으로 이런 제품은 사용하지 말자 혹은 덜 사용하자 혹은 안전한 것들을 구별해서 사용하자는 가이드를 만들 수 있겠죠.
✏ 그럼 ‘이 제품은 먹지 말자’ 이런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는데요?
최인자) 그런 가이드는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로만 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잘 알려져 있는 비스페놀-A는 통조림 식품을 섭취하면 노출되는데요. 철로 만들어진 통조림은 식품이 닿는 안쪽 부위에 코팅이 되어 있는데, 코팅물질로 비스페놀-A(bisphenol-A BPA, 1950년대부터 플라스틱 제품에 널리 사용되어 온 화학물질)가 사용됩니다. 비스페놀-A는 통조림 식품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고 실제 많은 선행연구에서 확인되고 있어요. 그러나 여전히 마트에는 수많은 통조림이 진열되고 판매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경우, ‘통조림을 먹지 말자’로 결론을 내는 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잖아요. 통조림은 만드는 기업, 마트 그리고 소비자 모두의 역할을 찾아내는 것이 현명한 대안이 아닐까 싶어요. 모든 화학물질이 기본적으로 유해하지만 그것을 안전하게 사용해서 독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가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되도록 안전한 제품, 안전한 생활 방식이 있다는 방식으로 끌어 나가는 것이 좋겠지요.
이번 프로젝트로 유해물질이 들어간 제품을 완전히 끊었을 때만 효과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안전한 제품을 사용해도 유사한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 바이오모니터링 프로젝트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얼마나 많은 환경호르몬에 노출되고 있는지, 또 그것을 줄이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우리가 찾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답이 나오겠죠. 참여자들 덕분에 만들어진 가이드를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되는 거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분들은 이번 프로젝트에 가장 큰 기여자입니다.”
✏ 프로젝트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가이드대로 실천하는 게 쉽진 않을 것 같아요.
김원) 그게 프로젝트 핵심 중에 하나예요. 실천이 어렵다는 거. 환경호르몬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일상에서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이슈입니다. 우리가 애써 줄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애쓰지 않고 전 단계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그걸 좀 더 적극적으로 시도해 봐야 되지 않겠느냐는 거죠. 그게 정책적인 과제가 되겠고요. 일상생활에서 환경호르몬을 이전보다 낮추는 것이 보통의 노력으로는 어렵고, 계속 유지하는 것 자체도 현대 생활에서 굉장히 어렵죠. 그게 하나의 메시지가 돼서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걸 찾아내는 것도 하나의 과제죠.
✏ 생산품이 바뀌어야 하고, 제도가 바뀌어야 된다로 이어지네요.
최인자) 궁극적으로는 정책이 변화할 수 있는 뭔가를 주는 게 제일 좋죠. 다 같이 동일한 환경에서 유해물질 노출이 줄어들 수 있게끔.
✏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연구자로서 걱정과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김원) 바이오모니터링이 진짜 어려워요. 연구소가 시민단체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서 외부에서 쉽게 공격을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더 엄정한 프로세스로 운영하고 결과에 대해서도 신중하려고 하고요. 노력한 만큼 결과가 깔끔하게 나오면 좋겠는데 지금까지 경험으로 비춰보면 안 그렇더라고요(웃음). 저희가 세워놓은 가설이나 원인에 대한 분석이 예상했던 대로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요.
최인자) 오염원이 딱 하나여서 명확하게 그 원인을 제거해 주면 줄어드는 게 당연하죠. 그런데 우리 주변에 있는 환경호르몬이 너무 많잖아요. 주요한 오염원이라고 생각하고 그에 대한 가이드로 시민들은 열심히 실천했지만 100명이 참여했을 때 결과에서 100명 모두가 줄지는 않거든요. 본인은 열심히 잘 준수해서 험난한 시간을 견뎠는데, 오히려 전보다 증가하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전체적인 통계로 봤을 때 감소했더라도 참여자 개인의 입장에서는 나의 결과도 중요하잖아요. 그런 부분이 걱정 되죠.
김원) 바이오모니터링이 유해물질 관련한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굉장히 좋은 툴이긴 한데 그 증거를 만드는 과정이 너무 어려워요.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것과 노출될 수 있는 것이 일치하고 그게 제한되어 있으면 명확하게 나오겠죠. 그런데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플라스틱이 PC인지 PVC인지 그 정보까지는 여기에 담아 있지 않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PC 혹은 PVC중에 비스페놀-A만 보기 때문에 수많은 종류 중에 두 가지를 매칭시키는 것이 사실 어렵죠. 그 고민은 계속하는 것 같아요. 결국 저희가 극복해야 할 부분입니다.
✏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기대하는 바도 있을 것 같은데요.
김원) 어렵다?(웃음) 바이오모니터링이 어렵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개인이 정성을 쏟아야지만 유해물질을 이 정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불균등하게 노력이 기울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는 확실히 얻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유해물질을 줄이려면 먹지 않고 사용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추가적인 옵션도 있겠죠.
현명한 소비, 안전한 소비를 위한 가이드를 제공하는 건데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렵거든요. 가이드를 제공하더라도 이런 기회에 닿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면 올바른 방법은 아니죠. 특별한 지식이나 능력이 없더라도 이 사회가 함께 유해물질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결과들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먹거리와 생활공간, 생활용품의 포괄적 유해화학물질 저감 전략을 위한 바이오모니터링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바이오모니터링은 사람의 생체시료에서 측정하고 찾아낸 화학물질의 의미를 해석하고 피해를 예측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대책을 마련하고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해요.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 낯설기만 합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바이오모니터링 프로젝트’를 이끌어 가는 연구자 김원, 최인자 박사님과 나눈 프로젝트 의미와 진행과정, 일상에서의 실천들을 소개합니다.
✏ 두 분은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서 어떤 연구를 하시나요?
김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출범 당시 연구 모델은 산업현장에서 노동자의 작업환경 오염, 그 중에서도 특히 발암물질과 같은 유해물질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노동현장의 위험성을 알리고 개선하도록 만드는 것이었어요. 이후 공장부지 경계선을 넘어 일반 환경의 오염을 측정, 분석, 평가하고 문제를 진단하는 작업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저는 주로 현장에서 환경오염을 측정하는 역할을 담당했고 최인자 박사는 분석을 주로 했고요. 지금은 연구소가 하는 일의 범위가 점점 확장되어 소비자까지 영역이 넓어졌습니다. 그분들을 대상으로 측정하고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여전히 하고 있고, 범위가 확장된 것만큼 필요한 분석 기술도 넓어지고 고도화되고 있죠.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연구 설계를 같이 하고 저는 현장에서 시료 샘플링과 같은 실행 파트를 맡고 최인자 박사는 실행에서 얻어지는 시료들을 분석하는 역할을 담당해요 그리고 같이 결과를 해석하고요.
✏ 그동안 환경이나 유해물질 관련 연구 뿐 아니라 시민들과도 직접적으로 소통을 해 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 하는 바이오모니터링 프로젝트를 시민들에게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요?
김원) 연구소가 하고자 하는 일은 유해물질을 없애는 거예요. 유해물질 노출이 가장 많은 곳은 당연히 생산자겠죠. 그런데 생산과 소비가 결정되어 있는 산업 흐름에서 생산현장에서 유해물질을 줄이자는 목소리가 잘 먹히지 않아요. 생산 단계에서 발생한 유해물질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소비자에게 까지 영향을 미치는 흐름은 명백한데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 같아요. 오랫동안 제도를 만들고 개선해 왔지만 전통 화학 시장에서는 그게 잘 작동하지 않았던 거죠.
소비자, NGO 등 다양한 주체들이 각자 역할을 하면 그 흐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게 맞는 것 같아요. 환경호르몬 문제는 소비자들이 인식하고 분노하면 없어지는 사례가 꽤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베이비 파우더와 석면’ 문제가 있었죠. 석면은 아주 오랫동안 산업 현장에서 문제가 되어 왔고 법으로 관리를 해왔지만 해결하지 못했어요. 베이비 파우더 석면 검출 사건으로 인해 석면 사용 전면금지가 법제화되었습니다. 시민이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이 유해물질을 없애는 데 가장 큰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거죠. 바이오모니터링은 그 방식 중에 하나이고요.
관련기사 | 유명 베이비파우더에서 석면 검출(종합) (연합뉴스. 2009. 4. 1.)
최인자) 화학물질이 우리 주변에 널리 퍼져있고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지만 개인에게 직접적으로 와 닿았기는 쉽지 않아요. 환경호르몬이 내 몸 안에 어느 정도 있는지 실제 수치로 확인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몸속의 유해물질을 확인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소변과 혈액이 대표적입니다. 혈액은 몸속에 남아있는 화학물질을 측정하는 것이고, 소변은 이미 몸속을 빠져나간 화학물질을 의미합니다. 특히 소변은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유해물질을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모니터링은 학술적으로만 중요한 데이터가 아니라 시민 입장에서 ‘내 몸속에 이런 유해물질이 있는데 같이 고민했더니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고, 실천을 했더니 줄었다’는 결과까지 같이 이야기해볼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어요.
✏ 이번 프로젝트는 기존의 캠페인이나 연구와 달리 ‘어린이가 있는 가족’이 참여한다고 들었습니다.
김원) 어린이는 환경호르몬의 영향에서 가장 취약한 그룹입니다. 어린이의 환경호르몬 노출 패턴을 관찰하고 관리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환경호르몬 노출 소스 패턴을 보면 주거 환경과 먹거리, 가구나 학용품 등 모든 것들 중 어린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요. 부모들이 선택한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에 개선의 초점은 가족 중심이어야 해요. 그래서 보호자가 같이 인지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죠. 개선점을 찾을 수 있으면 가족이 같이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이 가족들이 모이면 지역의 커뮤니티가 되는 거잖아요.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설계하고 있습니다.
✏ 참가자들의 혈액과 소변 채취도 하고 설문조사도 하고, 참가자들은 다이어리도 작성해야 하죠? 전체적인 참여 과정이 궁금합니다.
최인자) 먼저 일상적인 생활에서 소변과 혈액을 1차 샘플링해요. 참가자들은 2일 동안 다이어리를 작성하고요. 결과를 해석하는데 필요한 참가자의 생활 습관이나 생활환경 등 기본 정보들은 설문조사를 진행합니다. 1차 샘플링 결과와 서로 비교하면서 자료들을 분석하면 소변과 혈액에서 분석한 화학물질과 개인의 생활습관, 식습관 그리고 생활환경과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러한 인과관계를 확인하면 몸속의 화학물질을 줄일 수 있는 개선 가이드를 개발해 다시 연구 참여자들에게 제안합니다.
김원) 다이어리는 2일 동안 어떤 종류의 음식을 먹었는지 개인 위생용품은 무엇을 사용했고 중단했는지 자세히 기록하는 거예요. 템플스테이를 하면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환경호르몬 농도가 70 ~ 80% 감소해요. 이유는 모든 유해환경에서 차단되었기 때문이거든요. 모든 걸 차단했기 때문에 어디서 효과가 나타났는지를 알 수 없습니다. 음식이 바뀌어서인지, 개인 위생용품이나 화장품을 줄이거나 중단해서인지 구분할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다이어리를 작성하는 거예요.
✏ 참가자들은 1차 샘플링 분석에서 어떤 결과를 알 수 있게 되나요?
김원) 개인 위생용품이나 샴푸, 화장품에서 향이 있는 제품을 많이 사용해서 뭔가가 늘거나 줄었는지, 고기나 유제품을 많이 먹어서 다른 사람들보다 수치가 높거나 낮게 나왔는지 통계 분석으로 몇 가지를 찾아낼 수 있겠죠. 먹는 것, 혹은 사용 제품의 특성 때문에 수치가 높거나 낮게 나타났다면 그걸 기준으로 이런 제품은 사용하지 말자 혹은 덜 사용하자 혹은 안전한 것들을 구별해서 사용하자는 가이드를 만들 수 있겠죠.
✏ 그럼 ‘이 제품은 먹지 말자’ 이런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는데요?
최인자) 그런 가이드는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로만 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잘 알려져 있는 비스페놀-A는 통조림 식품을 섭취하면 노출되는데요. 철로 만들어진 통조림은 식품이 닿는 안쪽 부위에 코팅이 되어 있는데, 코팅물질로 비스페놀-A(bisphenol-A BPA, 1950년대부터 플라스틱 제품에 널리 사용되어 온 화학물질)가 사용됩니다. 비스페놀-A는 통조림 식품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고 실제 많은 선행연구에서 확인되고 있어요. 그러나 여전히 마트에는 수많은 통조림이 진열되고 판매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경우, ‘통조림을 먹지 말자’로 결론을 내는 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잖아요. 통조림은 만드는 기업, 마트 그리고 소비자 모두의 역할을 찾아내는 것이 현명한 대안이 아닐까 싶어요. 모든 화학물질이 기본적으로 유해하지만 그것을 안전하게 사용해서 독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가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되도록 안전한 제품, 안전한 생활 방식이 있다는 방식으로 끌어 나가는 것이 좋겠지요.
이번 프로젝트로 유해물질이 들어간 제품을 완전히 끊었을 때만 효과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안전한 제품을 사용해도 유사한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 프로젝트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가이드대로 실천하는 게 쉽진 않을 것 같아요.
김원) 그게 프로젝트 핵심 중에 하나예요. 실천이 어렵다는 거. 환경호르몬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일상에서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이슈입니다. 우리가 애써 줄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애쓰지 않고 전 단계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그걸 좀 더 적극적으로 시도해 봐야 되지 않겠느냐는 거죠. 그게 정책적인 과제가 되겠고요. 일상생활에서 환경호르몬을 이전보다 낮추는 것이 보통의 노력으로는 어렵고, 계속 유지하는 것 자체도 현대 생활에서 굉장히 어렵죠. 그게 하나의 메시지가 돼서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걸 찾아내는 것도 하나의 과제죠.
✏ 생산품이 바뀌어야 하고, 제도가 바뀌어야 된다로 이어지네요.
최인자) 궁극적으로는 정책이 변화할 수 있는 뭔가를 주는 게 제일 좋죠. 다 같이 동일한 환경에서 유해물질 노출이 줄어들 수 있게끔.
✏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연구자로서 걱정과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김원) 바이오모니터링이 진짜 어려워요. 연구소가 시민단체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서 외부에서 쉽게 공격을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더 엄정한 프로세스로 운영하고 결과에 대해서도 신중하려고 하고요. 노력한 만큼 결과가 깔끔하게 나오면 좋겠는데 지금까지 경험으로 비춰보면 안 그렇더라고요(웃음). 저희가 세워놓은 가설이나 원인에 대한 분석이 예상했던 대로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요.
최인자) 오염원이 딱 하나여서 명확하게 그 원인을 제거해 주면 줄어드는 게 당연하죠. 그런데 우리 주변에 있는 환경호르몬이 너무 많잖아요. 주요한 오염원이라고 생각하고 그에 대한 가이드로 시민들은 열심히 실천했지만 100명이 참여했을 때 결과에서 100명 모두가 줄지는 않거든요. 본인은 열심히 잘 준수해서 험난한 시간을 견뎠는데, 오히려 전보다 증가하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전체적인 통계로 봤을 때 감소했더라도 참여자 개인의 입장에서는 나의 결과도 중요하잖아요. 그런 부분이 걱정 되죠.
김원) 바이오모니터링이 유해물질 관련한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굉장히 좋은 툴이긴 한데 그 증거를 만드는 과정이 너무 어려워요.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것과 노출될 수 있는 것이 일치하고 그게 제한되어 있으면 명확하게 나오겠죠. 그런데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플라스틱이 PC인지 PVC인지 그 정보까지는 여기에 담아 있지 않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PC 혹은 PVC중에 비스페놀-A만 보기 때문에 수많은 종류 중에 두 가지를 매칭시키는 것이 사실 어렵죠. 그 고민은 계속하는 것 같아요. 결국 저희가 극복해야 할 부분입니다.
✏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기대하는 바도 있을 것 같은데요.
김원) 어렵다?(웃음) 바이오모니터링이 어렵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개인이 정성을 쏟아야지만 유해물질을 이 정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불균등하게 노력이 기울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는 확실히 얻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유해물질을 줄이려면 먹지 않고 사용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추가적인 옵션도 있겠죠.
현명한 소비, 안전한 소비를 위한 가이드를 제공하는 건데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렵거든요. 가이드를 제공하더라도 이런 기회에 닿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면 올바른 방법은 아니죠. 특별한 지식이나 능력이 없더라도 이 사회가 함께 유해물질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결과들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