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사람들

‘시민과 함께 하는 바이오모니터링 프로젝트’에는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여수 YMCA,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 녹색병원,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등 다양한 협력기관과 시민들이 함께 합니다. 프로젝트를 함께 만드는 연구자, 시민사회 활동가들을 만나 바이오모니터링 설계와 운영, 앞으로의 계획을 듣습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김원 실장 · 바이오모니터링센터 최인자 센터장_2편


  최근에 국내에서도 화장품의 전성분 공개나 비건 제품을 확인해주는 앱이 생겨나고 있어요. 해외에서는 시민단체나 NGO에서도 화학물질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앱이나 가이드를 만들어 좀 더 적극적으로 시민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시민들은 그 정보를 믿고 앱을 이용한다고 들었어요.

환경관련 앱을 모아 둔 김원 박사 휴대폰 실제화면김원) 특히 유럽에서 활발한데 시민단체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유럽 전체 국가들이 참여해서 발암물질의 유무를 확인하는 수준까지 올라갔어요. 대표적인 사례로 독일 BUND(BUND, Friend of the Earth Germany)의 ToXFox와 덴마크 DCC(Danish Consumer Council)의 Kemiluppen’이 있습니다. 두 곳은 모두 오랜 역사를 가진 시민단체입니다.

Kemiluppen은 전성분이 표기되어 있는 제품들, 주로 화장품과 세제로 제품이 한정적이긴 하지만 바코드를 찍으면 환경호르몬이나 환경에 영향을 주는 성분의 유무나 A, B, C로 등급을 구분해줍니다. 사용자가 바코드를 찍었을 때 정보가 제공되지 않다면 제품을 사진으로 찍어서 제조사에게 정보 제공을 요청하는 기능도 탑재되어 있어요. 운영자들이 그 정보를 확인하고 입력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정보가 제공되는 시스템입니다. 소비자가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인거죠. 이 앱들은 자국 제품에 대해서 평가하고 있어서 우리나라 제품들은 정보가 없습니다.  (왼쪽 사진 : 환경관련 앱을 모아 둔 김원 박사 휴대폰 실제화면)



ToxFox와 Kemiluppen에 대한 소개는 아래 링크를 참조해 주세요.

[방문기] 시민의 손으로 유해화학물질 줄이기


최인자) 요즘 온라인 쇼핑을 많이 하잖아요. 미국 비영리 환경운동단체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 www.ewg.org)는 skin deep이라는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전성분이 제공되는 화장품이나 개인 위생용품의 모든 성분에 대해 환경호르몬이나 발암성, 알러지 등 다양한 유해성을 평가해서 위험 수준이 낮은 1부터 10까지 구분해 EWG 등급을 공개해요EWG's Skin Deep®(https://www.ewg.org/skindeep/검색창에 제품명을 입력하면 EWG 등급과 점수, 성분들을 보여주고 있어서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데 도움을 주는 유용한 앱이죠. 그 앱에는 국내 제품들도 꽤 들어가 있어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유해물질 공개라는 목적성보다는 뷰티앱에서 서비스를 위해 정보 제공 측면에서 화장품의 유해물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왜 이런 앱이 없을까? 오랫동안 유해물질 관련한 일을 해 온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왜 이런 앱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요, 이 단계까지 가지 못한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겠지요.

김원 아직 거기까지는 발을 내딛지 못한 거죠.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생활환경안전정보시스템 초록누리(https://ecolife.me.go.kr)에서 자발적 협약을 맺은 기업에서 제공한 생활화학제품과 제품에 함유되어 있는 화학물질의 유해성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데 정보공개 범위와 표현, 방식들을 고민하고 제공하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초록누리 홈페이지 ecolife.me.go.kr>

환경부가 운영하는 생활환경안정정보시스템 초록누리는 각 부처에서 보유하고 있는 화학제품 및 화학물질 정보를 연계하여 One-stop으로 확인가능한 시스템입니다.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자발적인 협약을 통해 함께 만든 전성분 공개, 원료 안전성 평가, 화학물질저감 우수제품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생활화학제품 정보는 각 부처의 소관법령에 따라 안전기준 검사에서 적합판정을 받은 제품 정보입니다.


현실적으로 NGO 차원에서 시스템을 개발하고 시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운영에도 굉장히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요. 아직까지는 전성분이 공개되는 제품이 화장품, 개인위생용품, 생리대 등으로 한정되어 있고, NGO와 기업의 관계, 정부와의 관계도 꽤 민감하기도 하고요. 생활화학제품이 위험하다는 신호는 받기 시작했는데 그것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방법론 측면에서는 고민할 게 많은 단계인 것 같아요.


  유해물질을 줄이기 위해서 두 분은 일상에서 어떤 실천이나 생활 습관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요.

최인자 (웃으며) 종종 시민 대상으로 교육할 때가 있어요. 항상 마지막에 나오는 얘기가 ‘너무 어렵다’예요. ‘여태까지 잘 살았는데 앞으로도 그냥 살지’와 ‘그래, 내가 오늘 당장 집에 가서 뭐부터 바꿔야하지?’로 반응이 나뉘기도 해요. 마지막에 나오는 질문이 ‘그래서 너는 어떻게 살고 있니?’예요. 우리가 모르는 게 약이고, 아는 게 병이라고도 하잖아요. 알고 있지만 고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내가 선택하지 않았지만 우리 집에 있는 벽지와 바닥재도 대부분 플라스틱이에요. 강화마루가 아니라고 그걸 당장 뜯어낼 수는 없는 거잖아요. 제 나름대로는 실천하는 몇 가지 지침이 있어요. 가능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유리 제품을 사용하려고 하는 것, 주방에서는 코팅팬 사용하지 않는 것 그리고 개인 위생용품이나 화장품 살 때 되도록이면 향이 없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 아이들이 사용하는 학용품이나 문구는 플라스틱이 아닌 제품으로 구입하려고 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하는데요, 그래도 어떤 날은 저도 일회용 컵 들고 있어요(웃음). 이게 굉장히 갈등하는 지점이긴 한데 어려워요. 저 스스로도 되게 어려워요. 진짜.

김원) 저는 집에서는 결정권이 없어요(웃음). 제안을 하는 수준이죠.아이들이 뭘 사달라고 하면 라벨을 꼭 같이 봅니다. 적혀 있는 성분이 좋은지 나쁜지 저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 제품이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에 의한 마크를 받은 건지 아닌지 정도는 확인이 가능해요. 의외로 어렸을 때부터 하면 아이들도 잘 따라오고 도움도 되거든요. 정보를 보고 ‘좋다 안 좋다’ 판단하는 습관을 갖도록 도와주려고 하죠.

최인자) 저 역시 가장 중요한 원칙 중에 하나는 라벨을 확인하는 거예요. 뭐든지. 이제는 확실하게 습관이 된 것 같아요. 여전히 부족하지만 화장품이든 플라스틱이든 옷이든 라벨에 의외로 중요한 정보들이 있어요. 내가 피해야 하는 것들을 가려내고, 판단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되도록 판단해서 구매하려고 하죠. 이 원칙은 저 스스로도 중요하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도 그 정도까지는 실천해서 각자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셨으면 좋겠다고 해요.


  두 분이 연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요? 

김원) 저는 연구는 엄정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과는 사회와 소통해야 하고요. 확실한 정보를 바탕으로 서로 논의를 해야지 자기의 주장으로 뭔가 하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엄정하려고 하는데 그게 쉽지는 않죠. 연구에 따라 학문에 충실한 연구가 있고, 거기서 메시지를 읽어내려고 하는 것도 있겠죠. 저는 연구가 사회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연구의 의미를 설정을 해두고 거기에 맞게 설계해서 진행을 하되, 그 과정은 학문 내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을 따르면서 엄정하게 결과를 생산하고, 그 결과로 세상과 소통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결론은 연구는 엄정해야 합니다. 

최인자) 저도 비슷한데요. 김원 실장님이 엄정하게 하려면 그 베이스가 되는 게 수치잖아요. 제가 내는 결과는 숫자여서 절차나 과정들은 충분히 과학적이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나온 데이터는 제3자로부터 객관성을 입증 받아야 하는 거죠. 그래야 주장할 수도 있고 가치 있고 의미 있게 사용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저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매번 노력을 하지만 앞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데이터가 산뜻하게 나오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아서 이번 프로젝트도 지금부터 걱정돼요. 많은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설계하고 프로세싱 해서 나가는 거잖아요. 정말 많은 공을 들이는 거죠. 공을 들인 결과는 값이거든요. 그 숫자를 가지고 주장을 하거나 의미를 만들어내는데 그 결과가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으면 안 되잖아요. 에러가 있거나 혹은 에러가 없지만 그런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요. 제가 실수를 해서 그렇게 나왔을 수도 있고요. 최대한 그러지 않게 하려고 스스로에게 엄격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오늘 이야기 나누면서 느낀 건 ‘바이오모니터링은 어렵다’예요. 유해물질을 줄이기 위한 실천도 어렵고 결과를 얻어내는 것도 어렵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오모니터링 프로젝트가 우리 사회의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해요.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3년이 개인의 고군분투가 아니라 모두가 공평하게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소비를 하고 안전한 사회에 사는데 한발짝 더 나아가는 시간이 되면 좋겠어요.


기획, 기록, 연결로 변화를 만드는 사람과 그 일을 돕고 있는 이경원 작가가 인터뷰하고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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