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사람들

‘시민과 함께 하는 바이오모니터링 프로젝트’에는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여수 YMCA,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 녹색병원,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등 다양한 협력기관과 시민들이 함께 합니다. 프로젝트를 함께 만드는 연구자, 시민사회 활동가들을 만나 바이오모니터링 설계와 운영, 앞으로의 계획을 듣습니다.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고금숙 활동가_2편

2023-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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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의 역할은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고 그 대안이 생활에 닿도록 하는 것


바이오모니터 링프로젝트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해요. 연구자들과 이야기 나눠보니 간단한 연구가 아니었어요. 참여하는 시민 입장에서는 ‘내가 이걸 줄이거나 바꾸면 내 몸이 달라질 거야’ 하는 기대가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결과가 나오면 실망하거나 당황할 수 있잖아요. 유해물질의 원인이나 결과에 대해 어느 정도 예측은 하지만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많이 걱정하고 있었어요. 활동가로 이번 바이오모니터링 프로젝트에 기대하거나 걱정되는 것, 당부하고 싶은 게 있나요?

참여하는 분들이 이 과정들을 너무 간단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복잡하고 설명이 많이 필요한 연구를 많은 사람들이 예, 아니오로 단순하게 해석하는 것 같아요. ‘내가 이거 줄이면 암에 안 걸리는 거야? 내가 이거 안 하면 아토피가 낫는 거야?’ 이렇게 여쭤보시는데 질병이 유해물질과 관계는 있지만 100% 원인은 아니에요. 유전도 있고 많은 외부적 영향으로 굉장히 복잡하게 나타나는 거잖아요. 이런 반응이 좀 걱정이 돼요. 이번 프로젝트는 참가하시는 분들이 소변과 피만 내놓는 사람이 아니라 관심을 가지고 참여형 시민이 되는 것에 의미가 있어요.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보고 SNS에도 내가 이걸 했더니 이렇게 나왔어 저렇게 나왔어 공유하면서 자기 삶을 바꾸는 형태로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면 좋겠어요.

쉬운 실험은 없겠죠. 확 보이지 않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중에서 의미 있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들이 있다면 항상 실험을 할 때는 비포 애프터를 보여주는 게 가장 효과적인 것 같아요. ‘너무 단순화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있지만 대중 캠페인을 하려면 연구 결과와 결을 모두 보여줄 수는 없어요. 저도 가끔은 너무 결을 많이 줄인다고 하지만 추릴 건 추려서 도식화하고 단순화해서 사람들과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하거든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진짜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저는 계속해서 대안에 관심이 있어요. 바이오모니터링 프로젝트는 ‘전에는 이 정도 바디버든이 나왔는데 원인이 될 것 같은 것들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고 환경을 바꿨더니 이렇게 개선이 됐어’를 보여주기 위한 활동이 아닌가 싶어요. 유해물질이 나왔을 때 겁주는 형태보다는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지금 당장 건강한 우리들에게 피해가 있는 건 아니지만 줄이면 좋지 않겠느냐, 그래서 줄이는 활동으로 사람들이 연결되면 좋겠어요. 그리고 내 몸에 있는 유해물질, 내 건강에도 관심을 가지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 물질들이 환경에 버려지면 어떻게 될까로 시야를 확장하면 좋겠어요.

 

이번에도 국민행동이 할 역할이 있겠죠. 아니 많겠지요.

우리는 대안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그 대안이 생활에 가 닿도록 하는 것들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관심 있는 사람들이 조금만 노력해도 손에 잡히는 정보를 만드는 것,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좀 더 쉽고 다가가기 좋게 잘 가공하는 게 시민단체의 역할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바이오모니터링 프로젝트의 결과가 나오면 좀 더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시민 참여형으로 더 재밌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대안적인 활동을 만들어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는 결코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조금 서툴고 부족해도 함께 하는 여러 명이 있다면 변화는 시작되고, 뭐라도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맞아요. 100개를 다 하는 한 명이 필요한 게 아니에요. 세상은 그런 사람들로 전혀 바뀌지 않고요 그 사람이 바뀔 뿐이죠. 그런데 한 가지를 100명이 실천하면 그때는 세상이 아주 조금씩 바뀝니다. 그래서 이게 더 중요합니다. 저는 그걸 조직화라고 표현하는데요, 한 개라도 100명이 하게 만드는 게 시민단체의 역할입니다.


고금숙 활동가가 하는 일들이 즐겁고 참 멋있어 보여요. 뭔가 느낌 있는 활동가랄까요. 나도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결이 궁금해요. 본인만의 원동력, 비장의 무기가 있나요?

그렇게 봐주시니까 일하는 거예요(웃음). 어려운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진짜 많거든요. 호응해 주지 않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진짜 많아요. 오히려 호응이 아니라 수많은 난관을 뚫어야 하는. 저는 시민단체에 있기 때문에 하나의 운동이 성공하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노력하고 시간을 쏟는지 알고 있어요. 저는 운이 진짜 좋은 것 같아요. 운이 좋아서 그 힘으로 왔어요. 원래 쓰레기에 관심이 많아서 미세플라스틱 운동을 했는데 쓰레기 대란이 나서 이만큼만 해도 사람들이 좋다, 잘한다, 재밌겠다. 이걸 해보자 저걸 해보자 했어요. 알맹상점도 1990년대 초반에 생겼으면 씨알도 안 먹혔어요. 망원시장 시장상인들이 가는 카페에서 세제리필 5종으로 무인숍을 운영하면서 캠페인을 했는데 나가라는 거예요. 그래서 진짜 우연하게 2년 동안 커뮤니티 캠페인을 하던 사람들과 공동으로 차린 거예요. 망원동에 그런 문화를 즐기시는 분들이 많고 시대적 상황이 맞아떨어져서 됐던 거죠. 저는 그래서 운이 되게 좋은 사람 같아요.

자기를 돌보는 노력도 중요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도 지속 가능한 일을 위한 발판이겠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계속 할 수 있는 거예요. 돈이 되든 안 되든. 덕질은 돈을 내잖아요. 알맹상점 하기 전 2년 동안 망원시장에서 플라스틱 프리 캠페인을 했는데 저희 돈으로 감자, 귤 사서 플라스틱 비닐 대신 용기 쓴 사람들, 장바구니 가져온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게 저희의 캠페인이었어요. 그때부터 플라스틱 프리, 합성 섬유계가 아니라면 어떤 것들을 써야 될까, 안전한 제품들은 뭐가 있을까를 찾아가는 과정을 거쳤고 호응해 준 사람들이 있었죠. 알맹상점은 망하더라도 1년 동안 대안적인 가게를 해보자 했던 거예요. 열심히도 했지만 시대가 잘 맞아서 되게 잘 나간 거예요.

제가 하고 싶은 활동을 하고 걸림돌 없이 그냥 후회 없이 했어요. 그리고 모든 활동이 제 삶과 연결되어 있었어요. 인센스를 너무 좋아하니까 조금이라도 좋은 게 뭐가 있을지 계속 찾고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쓸 수 있을지 제가 배운 정보와 지식을 나누고 사람들에게 전하는 대로 저도 제 삶에 적용하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즐거웠어요. 내가 해봤더니 좋아서 사람들에게 진짜 강력하게 말할 수 있었던 거예요. ‘괜찮아, 해봐. 정말 괜찮은 삶의 방식이야’ 이렇게 확신하게 말할 수 있게 됐고요. 그래서 해보고 싶은 게 되게 많았어요. 계속해서 실험하고 해볼 수 있어서 지속 가능했고 재밌게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것만으로 되지는 않아요. 사실 사람에게 인정 욕구가 있어서 누군가의 인정을 받아야 그 활동이 의미가 있어지거든요. 저는 운이 좋아서 인정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했던 일에 비해서.

이 두 가지가 함께 모여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자기는 너무 열심히 하는데 안 풀리는 활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라면 좀 가볍게 가볍게 가면 좋겠어요.

 

“어차피 우리는 다 징검다리일 뿐이에요.

그러니까 하는 데까지만 하면 돼요. 후회없이.”

-피프티 피플(정세랑) 중에서


우리는 큰 사회적 운동의 징검다리예요. 저는 제가 다 못한다고 생각해요. 할 수 있는 만큼,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고 그다음은 제가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다음 시대가 해 준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좌절이라면 좌절이고 뭔가 거꾸러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지 않나요?

일은 일이잖아요. 일이 망해도 내가 망하는 건 아니잖아요. 저는 제 개인적 삶이 행복해서 괜찮아요. 일로 상처받을 때도 있고 스트레스도 받고. 일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망하지 않으면 자기 탄력성이 있으면 되는 것 같은데요. 그건 자기 삶을 잘 돌보는 데서 오는 것 같아요. 그런데 지구가 망하면 안 돼요. 그건 큰일이죠. 그래서 그게 걱정돼요 어쨌든 저는 지구에 속해 있는 사람인데 이 지구가 망하면 일상이 계속되지 않잖아요. 저는 그게 두려워요.


우리가 모두 고금숙 활동가처럼 될 순 없지만 유해화학물질로부터 조금이라도 자유롭기 위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추천해 주세요.

별건 아니지만 텀블러 꼭 들고 다니세요. 지구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은 자기를 위해서예요. 텀블러 들고 다니면 미세 플라스틱을 마시지 않고 카페에서 300원씩 할인도 받죠. 보온이 잘 돼서 따뜻하고 시원하게 오래오래 마실 수 있어요. 버스나 대중교통을 탈 때도 일회용은 밀폐가 안 되지만 텀블러는 밀폐돼서 들고 탈 수 있어요. 사람들이 귀찮게 텀블러 어떻게 들고 다니냐고 하는데요, 저는 일회용이 귀찮아요. 먹고 나면 버릴 데 찾아야 되고 차가운 거 담으면 겉에 물기 생기고 뜨거우면 홀더를 또 끼워야 하잖아요. 텀블러 쓰면 되게 편하고 좋은데 왜 사람들은 귀찮다고 할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화학물질 다이어트는 일상에서 해볼 만한 것 같아요. 저는 욕실 선반이 굉장히 단출해요. 제로웨이스트라든지 친환경 한다는 게 돈을 많이 잡아먹는다고 생각하실 필요는 없어요.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돈이 훨씬 덜 들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샴푸바가 선택지도 없고 향도 별로 없었는데 요즘은 종류가 너무 너무 많아요. 소비자들이 친환경이라든지 화학물질에 대해서 유해물질에 대해서 걱정하시니까 정말로 좋은 물건들이 많이 나와요. 점점 품질도 좋아지고 가격도 더 싸지고 있거든요. 많은 선택지가 생기고 있습니다. 너무 많이 나와서 알맹상점에 들일 물건이 많아서 매일 고민하고 있어요(웃음).

화학물질 다이어트는 내가 좋아하는 걸 못 쓰는 게 아니라 자기가 정말 쓰고 싶은 것들, 포기하지 못한 것들을 총량을 정해서 진짜 좋은 것만 딱 남기는 게 중요해요. 그러다 보면 생활이 심플해져요. 물건들이 많으면 청소할 일이 많잖아요. 미니멀 라이프 하듯이 화학물질도 미니멀 라이프를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게 통장잔고에도 좋습니다(웃음).


기획, 기록, 연결로 변화를 만드는 사람과 그 일을 돕고 있는 이경원 작가가 인터뷰하고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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