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사람들

‘시민과 함께 하는 바이오모니터링 프로젝트’에는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여수 YMCA,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 녹색병원,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등 다양한 협력기관과 시민들이 함께 합니다. 프로젝트를 함께 만드는 연구자, 시민사회 활동가들을 만나 바이오모니터링 설계와 운영, 앞으로의 계획을 듣습니다.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고금숙 활동가_1편

2023-01-24
조회수 618

고금숙 활동가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쓰레기덕후입니다. 알맹상점을 운영하는 제로웨이스트계의 셀럽이자 유쾌하고 슬기롭게 당당하고 담대하게 활동하는 환경운동가입니다.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활동가이고 <망원동 에코하우스>,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 <알맹이만 팔아요, 알맹상점>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 제로 웨이스트로 가는 자원순환 시스템 안내서>를 저자이기도 합니다. 고금숙 활동가를 만나 단체의 활동과 화학물질프리를 지향하는 일상에서의 실천, 그리고 바이오모니터링 프로젝트에 대한 생각을 들었습니다.


생산부터 사용 후까지를 생각하는 환경운동가


 여성환경연대에서 10년 넘게 활동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2018년부터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은 좀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 반가웠습니다. 유해물질 관련 운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저는 저한테 관심이 많아서 환경 운동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원래 먹고 마시고 사용하는 생활화학제품에 관심이 많아요. 여성환경연대에서도 생리대 유해물질 이슈화나 대형마트 24시간 야간 노동 금지, 화장품 미세플라스틱 사용 금지 운동을 했었고요. 잘 아시겠지만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석유계 원료들이 생활화학 제품을 만드는 성분으로 사용되는데요,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나오거든요. 그리고 쓰레기는 그 제품들이 버려진 후에 인간과 자연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단체에서의 활동이 저에게는 같은 선상에 있는, 한 코에 꿰어지는 운동이에요.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https://nocancer.kr/) 은 2011년 시민·노동자·소비자·교육단체와 연구소 및 전문가, 생활협동조합, 시민이 모여 만든 네트워크 단체로, 제품의 생산부터, 유통, 소비,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을 찾아내고 감시하여, 생산자와 소비자, 아이와 어른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하고 있습니다. 활동가들의 네트워크와 역량 강화, 화학물질 제도 개선, 유해물질 조사 사업 등을 진행합니다.


그래서 이곳은 저를 보듬어주는 곳입니다(웃음). 저는 쓰레기에도 관심이 있고 석유계 화학물질도 다뤄보고 싶었어요. 틀이 정형화된 단체들은 각자 맡은 분야가 팀으로 정해져있지만 국민행동은 되게 유연한 조직이에요. ‘네가 관심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우리에게도 의미 있고 결국은 같은 길에 있는 활동이니까 같이 잘해보자’고 지켜봐 주세요. 그래서 저한테는 굉장히 고마운 곳이죠.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는 어떤 활동을 하나요?

이 영역이 시민단체들이 전문성을 갖기가 참 어려워요. 노동건강환경연구소가 공익에 관심에 가지고 화학물질 관련한 이슈들을 밝혀내고 굉장히 과학적인 목소리로 차분하게 분석해서 정리해 주면 우리는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시민들을 만나는 캠페인을 주로 해요. 플라스틱을 줄이고 좀 더 안전한 대안용품을 사용하면 좋겠다고 시민들을 만나서 설득하고 참여시켜서 변하게 하고,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조직화하는 거죠. ‘이런 것도 있어’ 대안을 얘기할 때 필요한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작업이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저희에게 주는 무기예요.

최근에는 어린이 안전 공간 만들기, 건강한 학교 만들기 활동을 하는데요,  이름이 유자학교, 유해물질로부터 자유로운 건강한 학교예요. 어린이, 선생님,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실천해서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하고 건강한 교육 환경을 만들도록 지원하는 활동인데요, 학교에 가서 유해물질을 줄이자고 하면 왠지 무섭잖아요. 검사받는 것 같고 치부를 드러내는 것아 안하려고 하죠. 그런데 귀여운 유자 캐릭터가 등장하니까 학교에서도 ‘건강한 학교, 좋은 학교 만들자는 거잖아’로 받아들여요. 이런 방식으로 소통하면서 교육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자학교 홈페이지 https://yujaschool.com>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은 아름다운재단, 일과건강과 함께 <유자학교: 유해물질로부터 자유로운 건강한 학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선생님,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실천을 통해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하고 건강한 교육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유자학교는 유해물질을 통한 민주시민교육 현장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에 살고 싶지만 모두가 준비된 시민들은 아니잖아요. 유자학교 활동에서 학생들과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나요?

그래서 무조건 ‘우리를 믿으세요’ 하지 않아요. 학교에 가서도 직접 보고 체험하게 하는 활동을 해요. 아이들도 유해물질이 진짜 나오는지 안 나오는 지 너무 궁금하잖아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도움을 받아서 XRF 장비로 칠판을 찍어서 납 성분이 나오는 걸 학생들이 확인하는 거죠. ‘고무 실내화는 안전할까요? 한번 찍어봅시다’그리고 찍어서 보여주는 거예요. 그리고 ‘얜 나빠, 쓰지 마요’ 이런 방식이 아니라 ‘이게 나쁘다고 하는데 다른 걸로 바꿀 수 있는지 같이 찾아 봅시다’ 문제가 있어서 바꿔야 하는데 내 힘으로는 못 바꾸면 우선 안전한 제품을 찾아보고, 뭐가 필요한지 직접 찾는 수업을 해요.  아이들이 직접 안전 기준을 정하기도 하고 연구소나 저희 단체에서 정한 기준에 맞는 제품에는 안전마크도 붙여주면서 소통하는 수업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번에 2021년, 2022년 유자학교 안전마크 공모전에 당선된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유자학교 안전마크’를 만들었어요. 2023년부터 학교에서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물품 중 안전한 제품에 어린이 안전마크를 부착해 누구나 쉽게 안전제품을 확인할 수 있도록 본격적으로 도울 예정입니다.

<유자학교 안전마크(출처:유자학교 홈페이지)>


저는 이런 과정이 유해물질을 통한 민주시민교육이라고 생각해요. 쓰레기를 덜 만들고 화학제품 사용을 줄이는 과정을 같이 해보는 거죠. 필요하다면 서명 운동을 하거나 캠페인을 하거나 기업에 편지 쓰기도 해요. 마음만 있으면 한 꼭지라도 참여할 수 있게 하는 활동들을 조직하고 만들어내려고 하고 있어요.


차단할 순 없지만 대안을 찾고 실천하며 나를 챙기자

 

일회용 포장용기나 플라스틱 주방용품, 벽지, 매트 등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곳, 먹고 사용하는 거의 모든 물건들이 유해물질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아요. 프탈레이트 성분의 위험성에 대한 기사도 자주 접하는데요, ‘우리가 정말 이렇게 위험한 환경에 살고 있는거야?’ 위협을 느끼기도 하고 무섭고 화나기도 하지만 ‘설마 그렇게 위험한 걸 만들겠어?’ ‘우리가 이런 거까지 알고 살아야 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프탈레이트는 폴리염화비닐(PVC)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첨가물로 플라스틱 PVC 제품에 쓰입니다. 이 성분이 내분비계 교란은 물론 아이들에게 노출되었을 때 자폐나 과잉행동 장애(ADHD)같은 발달 장애까지도 유발한다고 해요.

 그래서 다들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이대로 살다가 좀 불편해지거나 몸이 아프면 받아들이고 사는 거지,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느냐’는 말씀을 많이 해요. 우리가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는 분들처럼 모든 걸 차단하고 살 수는 없죠. 모든 걸 차단하고 살 수는 없지만 대안들을 알면 실천하는 방법은 많아요. 대부분 유해 물질이 나오는 것들이 석유계 물질이라서 일회용 플라스틱제품이나 합성세제에 많거든요, 이것들을 대체품으로 바꾸거나 사용을 줄이고 쓰더라도 좀 더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게 되는 건 자기 생활을 돌보는 방식을 스스로 익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뭔가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면 ‘불편해서 어떻게 사니?’ 하는데 해보면 재밌는 게 진짜 많아요. 유해물질이 들어있는 제품들을 필요하지도 않는데 관성적으로 쉽게 쓰고 버리는 삶에서 뭘 쓸까 뭘 마실까를 생각하는 걸 금욕적인 게 아니라 나를 챙겨주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고금숙을 위해 다양한 대안을 찾고 실천하고 있잖아요. 일상생활에서 불편하지 않나요?

‘저한테 너무 불편하지 않느냐’고 질문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저는 하나도 안 불편해요. 세상에 좋은 제품도 많고 그렇게 사는 사람들을 만나서 배우는 것도 재밌어요. 적게 쓰는 활동을 하자고 하면 마치 세상의 많은 것들을 포기하는 것처럼 받아들이는데 그렇지 않아요. 다른 선택지가 충분히 많이 있고 그 선택지들을 통해서 자기의 삶도 돌보지만 지구를 돌보고 좀 더 적은 자원으로 풍요롭게 살 수 있는 다른 방식을 탐구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불편하지 않고 굉장히 즐거울 때가 많아요. 그게 제가 쓰레기 운동을 하다가 제로웨이스트 가게를 운영하게 된 이유기도 해요. 이게 얼마나 재미있고 풍부한 세계인지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가 다 포기하고 살아야 돼? 너무 불편하지 않아요?’얘기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재밌는 게 많고 다른 세상이 있어요’를 보여주고 경험하게 하는 거죠.

유해화학물질 운동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인센스 스틱을 포기 못하는 사람 중에 하나예요. 실내에서 인센스 스틱을 태우면 유해 물질이 나오는 걸 알지만 그걸 포기하는 게 아니라 제품 성분을 보고 좀 더 안전한 제품을 찾는다든지, 아침, 저녁으로 태우는 걸 저녁에 내가 너무 좋아하는 시간에 태우고 전후에는 환기를 한다든지 이런 방법을 찾는 거죠. 아이들이 자랄 때 부모님들이나 양육자가 좋은 생활 습관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하잖아요. 자기한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불편한 게 아니라 다른 삶의 생활습관을 익히게 되는 거죠. 그래서 대안이나 실천할 수 있는 생활습관들을 알려드리고 정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활동들을 하고 있어요.

  

천천히 투명하게 숙의민주주의의 경험 쌓아가기

 

화학물질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거버넌스 측면에서 시민과 시민사회의 주체자로서 역할이 굉장이 중요해졌어요. 이번 프로젝트역시 거버넌스가 중요해요. 시민포럼 형태의 공론장이 만들어질 테고요. 활동가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너무 조급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한 번에 제도가 바뀌는 경우는 없거든요. 한국 사회가 이해관계가 다른 당사자들이 모여서 협의를 진중하게 천천히 해 나갔던 그 경험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숙의 민주주의 경험이 짧고 워낙 빨리빨리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서 형식적인 틀은 잘 갖췄는데 실제로 그 틀 안에서 민주적인 절차로 합의되고 투명하게 정보가 공개되고, 답정너가 아닌 방식으로 협의를 해 가는 연습을 다들 안 해본 것 같아요. 그래서 오랫동안 만나서 얘기하고 천천히 계획을 쌓아서 합의하는 과정을 못 참아하는 거예요.

협의체나 거버넌스를 할 때 주체들이 내실 있는 협의를 해갈 수 있도록 신뢰하는 관계들을 쌓아가는 데는 시간이 많이 필요해요. 그래서 서두르지 않고 한 발짝 한 발짝 작은 승리를 해가는 과정이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원론적인 얘기지만 투명한 정보 공개가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건 우리의 실수다라든지 이건 우리가 아직 제도적으로 미비하지만 이제부터 어떤 방향으로 가자 잡아놓는 게 되게 중요할 것 같아요. 그런 측면에서 화학안전주간이라든지 모든 주체들이 너무너무 힘들어했지만 3년 동안의 화학안전정책포럼이 민주주의를 훈련하는 과정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화학안전정책포럼도 처음에는 비효율적이고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회의는 많고 지지부진하고 이걸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모임을 왜 하고 있는 건가 했었죠.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신범 부소장님은 3년 후로 내다 본 것 같아요. 이번에 화학안전정책포럼에서 도출된 과제들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합의해서 제도화 할 건 하고 몇 가지 합의되지 않는 부분은 구체화해서 다음 과제로 남겨놓은 걸 보고 ‘와 이거 진짜 유럽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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